"반도체 공정, AI로 분석해 '불량률 제로'에 도전한다" [긱스]

입력 2023-05-08 10:12   수정 2023-05-08 10:23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알티엠(RTM)은 인공지능(AI)을 통해 초정밀 제조 공정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솔루션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입니다. 1000여 개가 넘는 반도체 공정 가운데 단 한 곳에서만 불량이 발생해도 그 피해는 엄청납니다. RTM은 반도체 제조 공정 문제를 1%만 개선해도 연간 수천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회사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활용한 공정 진단 솔루션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최근 성기석 RTM 대표를 만나 회사 전략을 들어봤습니다.

"반도체 공정이 점차 복잡해지면서 기존 방법으로는 찾기 어려운 불량들이 나타나고 있죠. 단순 통계만으로 해석이 어려울 때도 있고, 한두 개만 봐서는 불량을 판별하기도 어렵죠. 그런데 AI를 활용하면 전체 데이터를 다 분석해서 모든 변수를 갖고 확인하죠.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비결입니다."

성기석 RTM 대표는 "1개 웨이퍼가 최종 반도체로 나오는 데 약 2개월 정도 걸리고, 공장에서 100만 개 이상의 센서가 쏟아내는 데이터만 45억 개가 넘는다"며 "실시간으로 반도체 공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불량을 빠르게 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대표는 한성과학고, KAIST(학부), 서울대(석사)를 거쳐 미국 텍사스 A&M대에서 머신러닝(기계학습) 박사 학위를 받은 AI 전문가다. "박사를 마치고 삼성에 입사를 했어요. 한 1년 정도 지나니까 너무 루틴에 맞는 생활만 한다는 느낌이 들었죠. 연 단위 계획하고 분석하고, 그 결과로 성과를 인정받고…. 계속 할 수는 있겠는데 엄청 재미있다는 생각은 덜 했던 것 같아요."

성 대표가 한성과학고, KAIST 후배였던 박진우 부대표와 2017년부터 창업을 준비한 이유다. "술자리에서 고민을 털어놓다가 의기투합했죠. 당시 박 부대표도 삼성에 있다가 옐로모바일 계열사 임원으로 있었는데,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비슷했던 거 같습니다. 1년 정도 준비해서 창업했습니다."

성 대표는 AI가 한국 제조업 혁신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반도체라든지 이런 초정밀 제조 쪽에서 필요한 공정 진단, 불량 판별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저희는 이런 솔루션을 반도체 제조사나 장비사에 공급하고 있고요."

그는 "공장 안 설비에서 센서들을 통해 시계열 데이터들이 쏟아져 나온다"며 "그런 데이터를 갖고 문제를 파악할 뿐만 아니라 이미지 검사와 계측을 통해서도 불량을 잡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성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삼성전자 같은 대형 반도체 회사들이 고객사인가요.
A. 궁극적으로는 그쪽으로 갈 수 있고요. 기본적으로 현재 저희 고객사는 반도체 장비 회사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공동 기술 개발이라든지 이런 파트너십을 통해 장비회사들 설비에 들어가는 솔루션을 만들고 있죠. 반도체 제조사는 삼성까지는 아니지만 대덕전자라든지 이런 중견 반도체 제조사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반도체 공정상에서 뭔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해 주는 솔루션 사업인 거죠?
A. 예를 들어 웨이퍼가 들어가서 패턴이 다 그려지고 최종적으로 반도체로 생산되기까지 두 달 넘게 걸려요. 그 과정에서 수율이 나쁘다면 어디 공정에서 문제가 생긴 건지 찾는 게 쉽지 않을 수 있거든요. 만약 어떤 장비가 문제라고 판명됐다면 해당 장비사들이 그런 것을 고쳐야 되거든요. 저희는 그걸 빠르게 분석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죠.

Q. 솔루션을 제공한 대표적 사례가 좀 있을까요.
A. 반도체 장비사 중에 에싱 시스템(감광제를 입힌 웨이퍼에 회로를 만든 뒤 필요 없는 감광제를 제거하는 장치)을 공급하는 곳들이 있는데, 글로벌 점유율 1위를 하는 곳이 한국 기업입니다. 그곳이랑 공동 기술 개발을 한 3년 정도 했어요. 거기에 맞는 공정 진단 솔루션을 만들었고, 그걸 미국 대형 반도체 제조사에 공급할 계획이죠. 저희 솔루션이 담긴 제품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Q.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아직은 손익분기점(BEP)을 맞추진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매출은 작년의 4배 정도 예상하고 있고, 내년 정도에는 흑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사실상 인건비(개발비)가 제일 돈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매출이 늘어나게 되면 영업이익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직원 50명 중에 30명 이상은 개발자들이고요. 작년에 매출 10억원 정도를 했는데, 올해 이미 13억원을 넘었고 연말에는 40억원 정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딥러닝을 전공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런 솔루션이 인공지능(AI)과도 연관이 있는 건가요?
A. 공정 진단, 불량 판별을 과거엔 다 통계 기반으로 했거든요. 그런데 한계들이 점차 보이기 시작하는 게 반도체도 7나노, 5나노, 3나노 등 점차 미세공정으로 가면서 불량 판별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움직이지 않을 때도 있고, 한두 개만 봐서는 판별이 어렵기도 하고요. 그런 것들을 AI 기반으로 했을 때는 전체 데이터를 다 분석해서 모든 변수들을 가지고 확인하죠. 훨씬 정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Q. 투자는 어느 정도 받으셨나요.
A. 액셀러레이터(AC) 블루포인트에서 초기 투자를 받았고, 작년 4월에 키움이 리드해서 시리즈A 투자를 받았죠. 누적 투자 유치액은 85억원 정도 됩니다. 올해 말께 다음 투자 라운드를 준비할 거 같습니다.

Q. 반도체 산업이 한국에서는 특히나 중요한 거 같습니다.
A. 저희가 돈을 번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사회에 공헌한다는 의미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직원들도 거기에 뜻을 맞춰 가는 거고요. 이 분야가 국내에서 잘하지 않으면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 거고, 뭐랄까 사명감이나 소명의식 같은 것도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 장비사들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게 1차적 목표입니다. 제조업이 한국 산업의 30% 이상 차지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AI가 제조업에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죠.

Q. 뭔가 아쉬운 부분도 있을까요.
A. 제조 쪽은 기업들이 데이터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그런 인식이 좀 바뀌어야 이런 진단 솔루션도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솔루션을 공급하려는 미국 대형 반도체 회사는 데이터를 잘 주거든요. 자기네들이 민감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걸러내고 주는데 우린 아직 그런 게 좀 쉽지 않은 거 같습니다.

Q. 정부에 바라는 것은 없을까요?
A.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관심은 매우 큰 거 같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생각할 때 '국산 장비가 왜 자립화율이 낮은가'라고 했을 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사실은 소프트웨어 파워가 약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국산 부품 비율도 낮고요. 그런 소프트웨어 파워를 키우는 데도 좀 더 세밀한 방안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Q. 국내에 경쟁사라고 할 만한 데가 있을까요.
A. 제조 쪽에서 AI로 문제를 풀어가는 회사들은 몇 개 있어요. 수아랩 같은 회사는 이미지로 불량 판별하는데 이미 인수가 됐고요. 시계열 센서 데이터를 가지고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하는 회사들이 마키나락스라든지 원프레딕트 같은 회사들이 있습니다. 다만 저희랑은 좀 철학 차이가 있어요. 마키나락스는 사스(SaaS) 형태로 문제를 풀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저희는 일단은 제조사, 장비사들이 풀지 못하는 것을 솔루션을 갖고 제품화하는 쪽이고요. 저희도 SaaS 쪽으로 큰 방향은 잡고 있지만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가려고 합니다.


Q. RTM 솔루션 중에 가장 대표 제품 한두 가지만 꼽아주세요.
A. 시계열 센서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하는 '아폴로'라는 솔루션이 있고요. 챔버 안에서 조금씩 가스가 새는 그런 현상을 '리크'라고 하는데 그런 걸 탐지합니다. 그다음에 수아랩과 비슷하게 이미지를 보고 불량 판별하는 것도 있고요. 다만 저희는 불량 유형들을 어느 정도로 자를지에 대해 기준을 명확하게 잡아줄 수 있는 것까지 넣어 공급하고 있습니다.

Q. 반도체 공장이 한번 멈추면 피해가 엄청나다고 하는데요.
A. 만약 장비가 고장 나면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수율 문제가 가장 일반적이겠죠. 장비가 제대로 동작을 계속한다는 보장만 있으면 사실 공장을 24시간 돌려도 되는데 그게 보장이 안 되니까 하루에도 30분씩 세워놓고 지금 문제가 발생하는지 등을 확인하는 그런 과정들을 거치죠. 이런 게 다 기회비용이거든요. 이런 것을 최소한으로 줄여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가 하는 일입니다.

Q. 중장기적인 계획이 있을까요?
A. 사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저희 솔루션이 다른 산업으로 확산될 수 있거든요. 화장품 용기 업체라든지 이런 곳과도 저희가 솔루션 공급 논의를 하고 있고요. 저희가 반도체에서 시작한 이유는 데이터가 잘 쌓이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철강 공장 같은 곳은 데이터가 사실 별로 없거든요. 디지털 혁신이 부족한 곳에서 저희가 AI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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